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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7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1_ 변은샘
작성자 센터지기
작성일 2020.07.30

제17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1_ 변은샘

욕망에는 죄가 없다. 안정적 삶을 모두가 원한다. 문제는 모두의 욕망이 단 하나의 모양을 하고 있을 때다. ‘1등 시민’ 중상위층이 물적, 인적 자본을 대물림할수록 나머지 ‘2등 시민’은 격차를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진입장벽은 두터워졌다. 사람들은 유일한 성공의 사다리에 더 매달린다.

한국사회의 욕망은 단 하나의 모양을 하고 있다. 강남-스카이라는 획일적인 형태다. 이 질서 안에서 욕구가 분출되는 방법도 단 하나다.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와 교육열에 열광한다. 2017년 서울시에 따르면 초등학교 학령인구 18%가 강남, 노원, 양천구에 살았다. 학생 수 상위 20개 초등학교는 모두 서울대 진학률이 높은 고등학교와 대형 학원가 근처였다. 명문학군은 학벌 세습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강남’은 명문대-대기업-동종결혼-주택 취득까지 생애주기별로 이어진다. 한 번 맺어진 ‘끼리끼리’ 리그는 평생을 간다. 유일한 성공의 사다리로 보이는 교육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껏 한국정치는 다양한 욕망의 상품을 내놓지 못했다. 사람들의 욕망을 막기에 급급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도입했던 양도세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분양가 상한제 확대를 10년 뒤 문재인 정부는 다시 꺼내들었다.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시, 수시 비율을 뒤집었다. 강남-스카이 질서를 바꿀 정치적 상상력은 없었다. 그러나 정치는 욕망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 유권자의 분산된 욕망을 읽고 정책으로 실현가능한 방법을 내놓아야 할 의무가 있다. 2012년 ‘저녁 있는 삶’ 슬로건이 처음 등장하자 사람들은 환호했다. 저녁 있는 ‘일터’가 익숙하던 사람들은 개인의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됐다. 정치가 내놓은 욕망의 상품이었다. 유권자의 욕망을 다수에게 유익한 상품으로 내놓을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정치의 일이다.

욕망을 디자인하는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정치에서 강남-스카이 사다리가 아니라도 안정적 삶이 가능하다는 모델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가령 김경수 경남지사는 수도권 집중에 맞서는 힘으로 동남권 메가시티를 주장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사람들의 욕망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을 강제로 내려 보내는 과거 방법은 성공하지 못했다. 공공기관이 지속가능한 교육-아파트를 보장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말하는 메가시티는 그보다 큰 ‘대항 플랫폼’이다. 일자리, 인재, 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선두 플랫폼을 만들어 사람들이 믿고 내려올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유권자는 이러한 정치적 상상력을 통해 ‘지방에서의 삶’을 새로운 삶의 형태로 상상해볼 수 있다. 공고한 강남-스카이 질서에 대한 균열이 될 수 있다.

욕망하는 시민을 사회에 기여하는 시민으로 만드는 것은 정치의 역할이다. 불안한 미래에 강남 아파트를 사재기하는 ‘투기세력’은 정부가 필요로 하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투자자이기도 하다. 유권자는 정책의 소비자다. 구미가 당길만한 정책을 내놓아 소비자의 욕망을 ‘소비’로 환원하는 것. 한국 사회에는 욕망의 정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