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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7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3_ 강은
작성자 센터지기
작성일 2020.07.30


 제17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3_ 강은

미국의 정치철학자 조지프 피시킨은 저서 <병목사회>에서 전사사회라는 개념을 이용해 기회의 불평등 구조를 설명한다. 좋은 직업이 전사하나뿐인 사회에서 전사 시험은 공정하게 치러지지만, 기회구조가 협소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얘기한다. 많은 이들이 유일한 통로 앞에 몰리는 병목현상을 완화하지 않는 이상, 통로를 지나는 과정을 아무리 엄격히 관리해도 전체 사회가 정의로워질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부동산 문제나 교육 문제에서도 이러한 병목현상의 딜레마를 발견할 수 있다. 명문대 합격과 서울 입성만이 유일한 기회의 통로가 되는 상황에서, 통로 자체를 다양화하려는 노력 없이는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
 
한국은 극심한 병목 사회다. 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불평등이 심화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고 하지만, 한국 지니계수 개선율 순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26위에 그칠 정도로 소득 불평등 정도가 크다. 이런 가운데 명문대 합격, 수도권 부동산 투자는 불평등 고리의 핵심부에 위치한다. 격차는 심한데 성공의 기준이 획일화돼 있으니 많은 사람이 좁은 통로로 몰리면서 극단적인 경쟁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기를 쓰고 자녀에게 계급을 세습하려는 욕망도 커지는 것도 그래서다. 부모의 재력이 정보력과 결합해 자녀의 능력으로 치환되고, 그 능력이 명문대 졸업으로 추인되는 합법적 세습의 과정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정부가 병목현상을 외면하거나 심화시켜왔다는 점이다. 보수 정부에서는 무작정 부동산 규제를 완화해 버렸고, 진보 정부는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려는 근본 대책 없이 투지 억제책만 펴서 부작용을 겪었다. 획일화된 통로를 다양화하려는 노력 없이 입구만 틀어쥐다 보니 병목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학 서열화-고교서열화로 이어지는 학벌 문제를 끊지 않고 자사고·특목고만 확대했다. 2017년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병목현상을 방치하는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정책으로는 수도권 3기 신도시를 건설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놓겠다고 하고, 교육 분야에서는 공정성의 외피를 쓴 채로 정시 확대 정책을 폈다.
 
병목현상을 그대로 둔 채로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지프 피시킨은 그 방법으로 기회 다원주의를 언급했다. 기회구조를 다양하게 만들고 통로 간의 격차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동산 문제의 경우, 수도권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느라고 핀셋 규제만 할 게 아니다.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취해 수도권으로 쏠린 병목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교육 문제에서는 지역거점국립대, 지역국립대, 공영형 사립대 등이 참여하는 대학통합네트워크 정책을 고민해볼 수 있다. 소위 ‘SKY’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학벌사회의 자원을 확대·분산하는 것이다. 이처럼 통로를 다양화함으로써 병목현상을 해소할 때 불평등 문제의 핵심축인 교육과 부동산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