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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5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심사평 & 최우수작
작성자 센터지기
작성일 2020.02.06
제15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심사평 & 최우수작
 
논술 심사평


이번 백일장 논제는 추상 수준이 낮은 층위의 논제였습니다.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카카오톡 문자로 해도 된다는 주장에 대해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는 문제였습니다.
논술을 쓸 때 추상의 층위가 한 두 단계 높은 논거를 찾아서 논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해당 주제가 지니는 가치를 제대로, 본질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는 것이 단순히 ‘에티켓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 문제인지를 파악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최우수작으로 뽑힌 글은 ‘과잉된 도덕주의’라는 개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본 글이었습니다. 과잉된 도덕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일이 한국 사회에서 자주 일어나는데 이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 쓴 논술이었습니다. 추상 수준이 높은 데서 이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봤다는 점에서 뚜렷한 장점을 지녔습니다.
우수작으로 뽑힌 논술 중에서도 ‘공통 감각’이라는 키워드로 이 문제를 본 글이나, 형식과 내용의 관계 문제로 이 주제를 다룬 글이 눈에 띄는, 훌륭한 글이었습니다.
논술 백일장에 응모해준 모든 준비생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는 4월 제16회 백일장에서 또 만나면 좋겠습니다.

논술 논제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카카오톡 문자로 해도 된다는 주장에 대해 찬반 의견을 밝히고 그 이유를 논하라.(1500자 안팎)


제15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최우수작_ 류현준

철학자 오구라 기조는 저서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한국인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자학”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도덕과 무관한 영역에서조차 ‘올바르다ㆍ제대로ㆍ바람직하다’와 같은 질서를 지향하는 말들이 난무한다는 지적이다. 연인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방식에 관한 통념에서도 일본의 한 학자가 던진 일갈은 유효하다. 사회적 분위기상 헤어짐을 말할 때는 연인과 대면한 상태여야하며 카카오톡 문자로 통보한다면 부도덕하다는 지탄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철학자 밀은 『자유론』에서 도덕적 비난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대상에게만 쏟아져야 한다고 했다. 과잉된 도덕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협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문자로 이별하는 선택은 상대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이 아니다. ‘비대면 이별’을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여 내심의 판단을 향한 지나친 도덕적 개입을 막아야 한다.

대면한 상태에서 이별을 고하는 행동이 나름의 가치가 있다는 이유로 ‘지켜야 하는’ 도덕적 기준이 돼선 안 된다. 물론 연인과 대면한 상태에서 그동안의 만남을 정리하는 것은 상대를 위한 결정이란 측면이 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약속을 잡는 수고를 들이는 것 자체가 상대에게 최소한의 위로를 건네겠다는 의도가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면 이별’을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위로 상정한 나머지 카카오톡 문자로 통보하는 ‘비대면 이별’을 결정한 연인을 비난하는 사회적 압력이 생겨났다는 점이다. 만남을 시작하는 경로가 다양하듯 헤어지기까지의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사연의 결과로서 내린 개별적 판단이 “이별은 만나서 해야한다”라는 도덕에 의해 제약받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톡 문자로 이별을 통보하는 행위는 상대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이 아니다. 상대에게 슬픔을 주는 것은 ‘카카오톡 문자’라는 수단이 아닌 일방적 이별이란 특성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특정 통보 방식에 의해 상대가 해를 입었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한 개인이 어떤 수단을 활용해 헤어짐을 고하는가는 내심의 판단으로서 존중돼야 한다. 누군가는 만나서 마음을 전달하는 대신 글로써 생각을 적었을 때 보다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이유로 ‘카카오톡 이별’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데이트 폭력’과 관련된 뉴스를 접하며 ‘안전 이별’을 위해 직접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통보하고 싶어하는 누군가를 두고 부도덕하다고 나무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도덕적 기준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가하는 행동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별을 통보하는 수단을 둘러싸고 도덕적 기준을 세우는 것은 의도와 달리 내심에 대한 지나친 개입을 초래한다. 카카오톡 문자로 이별할 권리를 인정하여 옳고 그름으로 환원될 수 없는 내심의 판단을 보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