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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제17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2_ 고재민
작성자 센터지기
작성일 2020.07.30



제17회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부문 우수작2_ 고재민
 

월마트는 인건비를 아껴 상품의 가성비를 높인다. 시민들은 월마트의 노동환경이 착취적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소비자로서의 시민은 월마트의 낮은 가격에 매력을 느껴 그곳에서 쇼핑한다.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가 말한 ‘우리 안의 두 마음’이다. 시민으로서 부동산 투자 혹은 사교육비 지출에 대해 분노하면서도, 부동산 자산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자녀의 과외를 늘린다. 한국의 부동산과 교육 문제 기저에는 ‘손해 보고 싶지 않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즉, 자녀세대가 사회에서 비교우위를 누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부동산과 교육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한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과 교육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과 교육은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한다. 부동산은 자산증식의 수단임과 동시에 사회안전망의 기능을 한다. 현재 국민연금은 수급 시점과 은퇴 시점의 간극이 있고, 소득 대체율도 40%에 불과하다. 하지만 주택이 있다면 임대 소득 혹은 주택 연금을 통해 소득 대체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가율이 임금 소득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다. 부동산을 통해 계층 상승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교육의 경우 사회의 첫발을 결정한다. 20대 대졸자를 비교해보면 소위 ‘명문대’ 졸업자일수록 평균 초임이 높다. 한국의 노동시장 내 이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고려할 때 첫 일자리의 수준을 좌우하는 교육이 사실상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결정하는 셈이다.

문제는 부동산과 교육 모두 세습돼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데 있다. 부동산의 경우 부모가 주택을 소유했을 때 자녀가 주택을 소유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금 부모의 도움이 있을 때 주택 보유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소득이 오르면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나는 ‘사교육비 소득탄력성’이 높아 부유할수록 자녀 교육에 투자도 더 많이 한다. 이에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층일 때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는 비율이 하층보다 두 배 이상 높다. 현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후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좌우하는 셈이다. 이는 세대가 지날수록 불평등이 누적되고,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불평등 담론이 88만 원 세대 등 한 세대에 국한됐던 데 비해 현재는 부모의 계층과 연관된 ‘수저론’으로 변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시민은 이러한 악순환에서 탈피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부동산과 교육에 더욱 집착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과 교육 수준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좌우하지 않을 때 비로소 ‘손해 보고 싶지 않은 욕구’를 꺾을 수 있다. 영국 복지국가에 가장 큰 사상적 영향을 미친 리처드 티트머스 교수는 ‘긍정적 차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이, 성별, 장애, 거주 지역, 부모의 경제 수준' 등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조건으로 발생하는 격차를 좁히기 위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세습적인 부동산과 교육이 사회경제적 지위를 좌우하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긍정적 차별’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채용과 대입에서의 적극적 조치들을 강화하고, 부동산의 경우 증여와 상속세율을 높이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동산과 교육이 응축하고 있는 우리 사회 문제가 해결될 때 대책도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다.